본문 바로가기
Memory

[부천]정관수술 후기(feat. 내돈내산?)

by 왕아빠 2024. 12. 5.
반응형

 

정관수술

정관수술이 누군가의 인생에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이 되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기도 한다.

 

 정관수술이란 단어는 살면서 생각도 안 하고 살아왔는데 세 아이의 아빠인 나에게도 현실이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세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도 정관수술 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뭔가 정관수술을 하면 남성성으로서 끝나고 고자가 되는 것 같아 안 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혹시나 해서 임테기를 해봤는데 두줄이 나왔다. 와이프와 신중한 고민 끝에 넷째는 정말 미안하지만 먼저 보내주기로 했고, 나도 이대로는 있을 수 없어서 정관수술을 하기로 했다. 무언가 확실한 행동이 필요했었다..

 

출처 unsplash @Ales Krivec

 

 

병원 선정

그리고 나의 소중한 보물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기에 신중하게 주변의 추천과 경험담들을 토대로 최종 결정된 세 곳의 병원 리스트가 나왔다.

 

1. 송파 베xx비뇨기과 

 이곳은 와이프가 맘카페에서 송파 비뇨기과를 검색하던 중에 독보적으로 많은 후기들이 나왔던 비뇨기과이다. 일단 와이프와 정관수술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한 지 5분도 안 돼서 바로 알려준 곳이라 반감이 컸고, 비용도 40만 원으로 비싼 편이었다. 

 

2. 강남 xx비뇨기과

 집에서 거리도 있고 수술비용도 몰랐지만 이곳은 회사 형의 아는 지인분의 강력 추천 후기를 받고 최종 리스트에 올랐다. 후기는 다시 한번 더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는 후기... 마취할 때 프로포폴이 투입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한다. 고통이 없던 점은 좋았으나, 그렇게까지 마취하고 싶진 않았다.

 

3. 부천 x비뇨기과

 회사 과장님이 이곳에서 2달 전에 수술을 했다고 한다. 내가 정관수술에 대해서 물어보자마자 신난 듯이 후기를 들려주었는데 우선 본인이 하고 난 뒤에 즐겁게 이야기해 준 것을 들어보니 만족스러웠구나 해서 마음이 조금이나마 평온해졌다. 이곳은 부천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공장형으로 빠른 시간(15분 내외)과 저렴한 비용으로 깔끔한 마무리까지 해준다고 들었다. 수술하고는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바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나에게는 중요했다. 경험자로부터 직접 후기와 추천을 들은 건 여기뿐이라 조금 더 찾아보고 여기가 가장 괜찮은 것 같아 이곳에서 정관수술을 하기로 정했다.

 

 


 

 

 

 

수술

24년 11월 어느날 최종 결정한 부천의 한 비뇨기과로 방문했다. 집은 송파인데 약속이 인천 주안에 있어서 가는 길에 수술할 수 있나 전화로 상담을 했는데, 시크하게 가능하다고 수술시간만 오후 2시로 예약하고 통화시간은 5분도 안 돼서 끊었다. 

 

나는 일생일대의 고민끝에 전화를 한 건데 성의 없는 듯한 이 느낌은 뭘까? 공장형이라는 회사 과장님의 말이 생각났다.

 

며칠 후 오전 근무 후 오후 연차를 내고 방문을 했다. 

 

 

 

점심에 운동하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뒤 40분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며 운전을 해서 도착한 병원. 태어나서 비뇨기과는 처음 방문인데 무언가의 기운에 의기소침해진다. 카운터에서 간단하게 일정 확인 후 예약시간이 되니 담당 남자 사람(실장인지, 간호사인지 모르겠음)이 나타나서 같이 상담실로 가서 상담을 했다. 상담은 5분 정도 진행이 되었고, 무도정관수술이 무언지, 수술 중, 후에 대하여 설명하고 사인하고 나왔다.

 

 

 

 

무도정관수술은 사진과 같이 양쪽 끝을 묶고 가운데를 절단 후 지지는 무지막지하게 무섭게 다가오는 수술이다. 해당 병원에서는 수술하면 다시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술침대사진

 

 

나오자마자 수술실로 이동. 수술실에는 처음 보는? 수술 침대가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수술 침대인데 그곳의 위치가 스댄 같은 재질로 동그랗게 아래로 파여있다. 아마 수술하면서 나오는 이것저것들을 모이는 장소다. 

 

 정체 모를 남자 사람이 침대에 누우라고 한 뒤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라고 한다. 그리고는 수술에 간섭되는 부분은 제모를 해준다(기분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제모해 준 남자 사람을 생각하니 조금 낫다. 그 사람은 더 싫었을 텐데.. 반대로 나보고 하라면 돈 준다고 해도 안 할 거다). 그러고 나면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마취 후 수술을 진행했다. 

 

 

 

 

국소마취를 해서 잠은 안들었고 소중한 부위에 다들 집중을 하고 있어서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서 핸드폰 좀 쓴다고 하니 흔쾌히 사용하라고 해서 와이프와 실시간 중계를 하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실에 들어간지 15분 정도 뒤 수술이 끝났고, 온전한 수술시간은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수술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퇴장을 했고, 나는 그대로 누워있는데 아무도 설명도 안 해준다. 그리고는 남자 사람과 대화

 

나 : 수술 끝난건가요?

남자사람 : 네

(2분 정도 뒤)

나 : 옷 입어도 되나요? (바지, 속옷 무릎까지 내려가있는 상태임)

남자사람 : 네

(옷 입고 일어나고 2분 뒤)

나 : 이제 밖으로 나가도 되나요?

남자사람 : 네

 

회사 과장님의 공장이라는 단어가 다시 한번 생각났다. 우리의 대화는 그걸로 끝났다.

 

 

 

그리고 수술 후 주의사항 설명을 듣고 처방전과 주사기 비슷한 모양의 통을 받았다. 비용은 20만 원인데,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15만 원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 현금으로 15만 원에 끝냈다. 이벤트 중이라고 하는데 상시 이벤트인 것 같다.

 

 

 

2개월 동안 사정 20회 이상하고, 주사기 비슷한 통에 정액을 받아와서 정액검사 후 무정자가 확인되면 정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 거다. 근데 주변에 정관수술했던 형님들 보면 정액검사는 굳이 안 하더라... 여하튼 그렇게 나의 정관수술은 끝이 났다.

 

 

 

수술 후

수술이 끝나면 수술 부위를 거즈로 감싸주는데 나중에 보니 절개 부위는 1cm 정도 되는 것 같다. 병원에서 이틀 후 샤워하라고 했지만, 찝찝해서 방수패드를 붙이고 수술 다음 날 바로 샤워를 했다.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며 일주일 정도 지나니 외부 상처는 아문 것 같았고, 내부는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았다. 고환에서 절단한 부분이 조금씩 아리긴 했지만 이것도 길어봤자 일주일이었고, 그 후에는 수술 전처럼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수술하고 3주 정도 지났는데 수술 부위가 조금씩 불편하다. 아픈 건 아닌데 안쪽의 자르고 지진 수술의 흔적들이 회복이 안 된 듯싶다. 처음에는 남성성으로서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막상 하고 보니 괜찮았다.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정관수술을 하고 나니 한 가지 더 경험을 했기에 유부남으로서의 내공이 더 깊어진 느낌도 든다. 수술하고 돌연변이라는 소리도 들어봤는데 왠지 모르게 인정이 된다. 아이 아빠들이 아이 없는 아빠들과는 대화가 안 된 것처럼 뭔가 더 어른이 된듯한... 그런 느낌. 이렇게 나의 정관수술은 끝이 났다.

 

 별거 없는 후기지만, 누군가의 인생의 한 번뿐인 큰 고민과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에 남겨본다.

 

 

 

 

 

'Mem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엔진오일 교체 후기(feat. 공임나라, 엔진오일 리셋)  (1) 2024.04.17
명상과 무의식  (2) 2024.03.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