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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산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 오태민

by 왕아빠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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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 - 사피에딘 아모스'를 읽고 가상화폐에 대해 더욱 깊이 알고 싶어 졌다. 그러던 중 국내에 유일한 비트코인 전문가를 알게 되었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학과 겸임교수인 오태민. 작가는 유튜브 채널도 있고, 강의도 많이 하지만 나는 직접 쓴 책이 읽고 싶어 다른 매체는 안 보고 책부터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들이 읽기에 큰 틀을 갖춰줄 수 있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어릴 적 배웠던 세계사의 이면들. 어릴 때 알기에는 충격적인 내용들이라 미성년에게는 교육할 수 없는 세계사의 본모습들을 자본주의 세계에 맞게 쓰였다. 지정학적으로 바라본 세계사는 어릴 적 알던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인간의 이기심과 잔혹함으로 이루어진 자본을 위한 욕심들.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역사를 돌이 켜봤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화폐 '달러'는 오래되지 않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화폐이다. 영원할 수 없는 화폐, 존재한다 해도 갈수록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달러를 이해하고 나니 금과 비트코인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었다. 여하튼 생각의 틀이 넓어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준 책이다.
 


 
 
p.19
국가들 사이의 질서란 언제나 이성보다는 폭력의 우열에 따라 변화되기 마련이다.
 
 
 
p.48
미국 국민의 절반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전통과 가족에 대해 개인의 선택권을 우위에 놓아온 자유주의 신념의 보편성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
 
 
 
p.51
미국의 항공모함에 의지하면서도 자신들이 올바르다고 여기는 가치라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현실이 되어야만 한다고 믿는 여타 산업국가 시민들의 세계관은 순진 혹은 무지의 산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p.69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쟁 참전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것은 바로 도덕적 보편주의보다는 세력균형이나 현상유지일 수 있다는 말이다.
 
 
 
p.72
집단 수준에서 옳고 그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념을 지향하는 인간은 정치체제와 가치체제를 엄밀하게 구별하지 못한다.
......
자신의 적을 범죄자가 아닌 것처럼 여기는 것은 인간에게는 힘든 일이다.
 
 
 
p.75
1997년에 체결된 셍겐 조약에 따라 EU 회원국 시민들은 여권 없이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은 보편주의에 따라 국경을 허물고 싶어 했으며 이러한 거창한 이상이 결국 유럽 전역으로 난민문제를 전파했다.
......
유럽 각지에 반 EU 정서가 확산되었으며...... 따라서 유럽은 국경을 복구하는 방향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시 탈출 사진

p.90
북베트남의 무력통일 의지를 꺾기 위해 미국은 북베트남이 전면적으로 공격해 오면 공군력과 해군력으로 대응해 주기로 남베트남에 약속했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이 몰락하자 미국 의회는 남베트남에 대한 원조를 급격하게 줄이더니 1975년에는 완전히 끊어버렸다. 남베트남에 대한 원조와 북베트남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감시와 대응을 해주겠다는 약속, 철수하는 대신 미국의 동맹과 적에게 그리고 전 세계에 공약한 것을 미국 의회가 나서서 집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는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외국에 군대를 파병할 수 없다는 법안을 토오가시 켜 미국 행정부의 손발을 공개적으로 묶었다.
 이렇듯 미국 정치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북베트남의 지도부는 자신들이 협정을 파기해도 미국이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통일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1975년 북베트남은 거의 모든 병력을 국경선 너머로 집결해 남베트남을 정복했다. 미국인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사이공을 함락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사이공의 한 아파트 옥상에 위태롭게 내려앉은 헬리콥터를 향해 남베트남 사람들이 긴 줄을 선 광경만이 베트남전쟁의 마지막 기념사진처럼 남았다.
 
 
 
 
p.97
닉슨 대통령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 봉쇄의 강도를 높였고, 군사지정학 게임의 판도 전체를 바꿔 베트남전쟁으로 실추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했다. 충격요법을 사용해
금태환을 중단했으나 어쨌든 달러체제의 해체에 따른 글로벌 금융 붕괴를 막았다. 오늘날 '페트로달러'로 널리 알려진 방법,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특수한 관계를 맺은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수출 대금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는 식으로 달러의 지위를 유지, 격상한 것도 닉슨 대통령이다.
......
정책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은 소련이나 중국과 지정학 게임을 하는 미국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어려움이 있다. 미국의 군사전략은 언론을 통해 쉽게 노출되었다. 자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른 결과였지만 국민이 알면 적도 알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소련이나 중국은 이 점에서 확실히 미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즉, 소련이나 중국은 미국의 패를 보며 카드를 뽑을 수 있었다.
 
 
p.190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기를 진작하거나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다. 달러 CBDC가 유통되면 대다수 나라의 국민들은 자국 통화 달러 대신 달러를 선택하려 할 것이다.
 
 
 
p.191
실제로 EU에서도 뒤처진 나라들의 국민이 오히려 더 유료화를 지지한다.
 
 
p.192
대다수 인류가 처했던 환경에서는 지역의 실력자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정해졌다. 이때 지역의 실력자는 가부장일 수도 있고 지주일 수도 있고 영주일 수도 있고 도둑떼와 해적일 수도 있다.
 
 
p.195
케인스와 화이트는 자본시장이 규제 밖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면 그 국가의 정부는 이자율을 낮추어서 투자와 소비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자율을 낮추면 이자율이 높은 나라로 자본이 유출되고,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자본이 필요한 나라에 자본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국가들은 자본유출이 두려워 경제 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나라의 높은 이자율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또 이렇게 되면 투자가 줄어들어 실업이 늘어나고 경기가 위축되므로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다. 따라서 하나의 국민경제가 이자율을 낮추어도 자본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지 못하도록 정부가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 이것이 케인스와 화이트의 생각이다.
 
 
 
p.234
미국도 자신이 주도해서 만든 규칙을 지키려고 몸부림쳤으나 일단 어기게 되었을 때는 뒤돌아보거나 미안해하지 않았다. 마치 미국은 규칙에 순응할 수 없는 존재인 듯 행동했다.
......
근본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미국이 규칙에 매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자신이 바로 규칙을 수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무리 짓고 사는 현실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규칙을 지키게 하려면 참여자들의 동의나 설득만으로는 부족하다. 규칙을 어기는 이들을 응징할 수 있어야 규칙을 유지할 수 있다. 구성원 개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게 이익이다.
 
 
 
p.239
미국의 경제와 그 경제를 대표하는 달러는 외부경제보다 질량이 크다.
 
 
 
p.241
규칙을 지키는 수호자가 스스로 규칙을 파기할 때 가장 큰 피해는 규칙을 성실하게 준수한 행위자들의 몫이다. 이는 정부가 법을 바꾸거나 말을 번복할 때마다 일어난다. 정부는 '자기실현적 예언' 때문에라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그저 암시하거나 아니면 종종 반대로 말하곤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데 정부가 그렇다고 말해버리면 이 말을 들은 행위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채권을 회수개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다. 정부가 말한 방향으로 더 가속도가 붙어 진행된다. 이때 정부는 사실을 완곡하게 표현하거나 기초는 튼튼하다고 말해서 행위자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
집단을 위해 개체를 희생시킬 수 있는 무리동물의 일면을 인간들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p.274
다른 나라의 정부들이 자국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진 빚을 자국화폐를 발행해 갚을 수 있듯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달러를 발행해 빚을 갚을 수 있다. 이는 기축통화 국가의 특권이다.
 
 
 
 
p.283
미국이 태평양 국가인데도 미국을 제외하고 일본과 중국이 동아시아공동체를 얘기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완곡하게 말하긴 했어도, 하버드대학 케네스 스쿨학장 조지프 나이는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만일 미국이 빠진다고 느끼면 보복도 불사할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라며 충고했는데 이는 경고와 다를 바 없었다.
 일본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 일어난 제1차 걸프전에 13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물론 미국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쟁 직후 쿠웨이트가 미국 신문에 낸 감사 광고에서 일본은 빠져 있었고 미국 언론과 정계에서는 자위대 파견을 거부한 일본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2008년 월가 위기 때도 미국은 일본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영 위기에 빠진 주택금융기관 패니메이사에 대해 수조 엔의 대규모 융자지원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일본 총리가 낙마하고 일본 내부가 정치적으로 요동치면서 이 지원은 성사되지 않았으나 일본은 수조 엔을 날릴뻔했다. 이렇듯 미국은 필요할 때마다 일본에 재정적인 요청을 거듭하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p.294
'공격적 현실주의'
......
전략적 고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위와 3위가 힘을 합쳐 도전해 와도 붕괴시킬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p.295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에 따르면 상대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강대국들은 서로를 두려워한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객관적인 실력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
상대의 의도가 아니라 실력을 의식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p.303
민족주의 봉기가 순수한 대중에 의해 조직화되는 일은 드물며, 보편질서에 비해 훨씬 더 위계적이고 비정한 지역 엘리트들이 민족주의 운동을 조직하곤 한다.
 
 
 
 
p.34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돈과 자원은 쓸 수 있으나 미국 청년들의 피는 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
이번 경험을 통해 미국은 군대를 보내지 않고도 당사국과 주변의 동맹들을 지원하는 식으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p.344
포스트 1945 체제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라면 한국은 이 체제라는 왕관 한가운데 박힌 보석과도 같다. 식민지를 부정하는 새로운 체제가 시작되고 나서 식민지로 출발해 부강한 경제와 다원적인 민주국가로 발전한 거의 유일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p.351
미국은 오히려 비트코인이 중국의 전략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중국의 체제는 자본의 국경 이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자본을 통제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358
지식과 정보, 물질적 수단으로는 시대가 정하는 지정학적 질서를 역행할 수 없는 미시적 개인들에게 비트코인은 보편질서로 향하는 버스의 탑승권 같은 존재다.
'지정학의 시대'란 솔직히 말하면 지리 때문에 세계의 통합이 깨지는 시대를 가리키지만 대중이 너무 놀랄까 봐 지식인들이 엄선한 어휘다. 우리가 직면한 시대는 무질서가 보편질서를 압도하는 어지러운 세상이다. 자기가 사는 곳에 지정학적 위기가 닥치면 많은 가장이 가족들만이라도 국경을 넘어 안전한 나라에 머물기를 바랄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면 폴란드 국경지대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향했던 세계인의 자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자비를 베푼다고 하더라도 가치물을 가지고 국경을 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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