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책을 읽다가 그 책의 저자가 참고한 도서 중 이 책이 있었다. 학교라는 장소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억제하고 본인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 맞추어 자라게 교육한다는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음모론도 섞여있지만 특이한 점은 이 책을 쓴 저자는 미국의 꽤 좋은 학교에서 30년 동안 교사로서 지낸 경력이 있다. 책의 결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별로여서 다루진 않겠다. 그래도 자녀를 둔 부모로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한정적인 교육에 대해서 인정하고 참고할 수 있다. 나 자신도 그래왔고 알았어도 바꾸지 못했었다. 시간이 지나서 책에서 나온 내용들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지만 나도, 우리 세대들도 그렇게 학교를 졸업했고 나이가 들어간다. 결국 큰 그림에서 학교 교육에 맞게 잘 자란 존재라 할 수 있다. 잘 자랐다는 게 좋은 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억압받지 않고 원하는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멋진 삶을 살길 바란다.
p.14
우리에게 정말 학교가 필요할까?
......
시간을 고통스럽게 학교에 쏟아붇지 않았어도 아무 문제 없이 성장한 위인 역시 매우 많다. 조지 워싱턴,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도 그렇다.
p.15
의무적 성격을 띤 대규모 학교교육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본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1905년에서 1915년 경이지만 이미 그보다 훨씬 일찍 기회 되어, 19세기 내내 실행에 옮겨졌다. 가족의 삶과 문화에 격변을 몰고 온 의무교육에 주어진 목표는 흔히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선량한 사람을 만든다. 둘째, 선량한 시민을 만든다. 셋째 개인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이 목표는 여전히 학교교육의 지향점이며, 사람들도 대부분의 학교가 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는 못하더라도 공교육의 사명을 잘 정의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딴판이다.
......
멘켄은 '아메리칸 머큐리' 1924년 봄호에 쓴 글에서 공교육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교육의 목표는)... 젊은이들에게 지식을 채워 주고 그들의 지성을 깨우는데 있지 않다... 사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그 목적은... 단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똑같은 수준으로 격하시키며, 시민을 규격에 따라 기르고 훈련시켜 반대자를 제압하고 독창성을 억압하는 데 있다. 그것이 바로 미국에서의 목표이며... 또한 모든 곳에서의 목표다.
p.21
프러시아식 시스템이 순진한 유권자와 말 잘 듣는 노동자를 만들고 더 나아가 어리석은 소비자를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다수의 재계 거물들이 공교육을 통해 순종하는 무리를 기르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중에는 앤드류 카네기와 존 D.록펠러도 있었다.
p.22
언제라도 필요 이상으로 소비해 줄 수 있는 두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진즉 알았더라면 사람들은 일부러 마케팅을 연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 두 집단은 다름 아닌 중독자와 아이들이다. 학교는 아이들을 중독자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러나 아이들을 변함없이 아이들로 남아 있게 만든 점은 그 무엇보다 칭찬받을 만했다. 이 일 역시 치밀한 계획의 결과였다. 일찍이 플라톤에서 루소를 거쳐 잉글리스에 이르기까지 학자들은 아이들을 한데 모아 가두고 책임감과 독립심을 빼앗아 탐욕, 질투, 두려움 따위의 사소한 감정만 불러 내도록 부추긴다면 나이는 먹되 진정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p.23
현대사회에서 그 설명서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는 불 보득 뻔하다. 성숙함은 이제 우리의 삶 거의 모든 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법은 이혼을 용이하게 만들면서, 관계를 맺고 살려는 욕구를 없애 버렸다. 융자가 쉬워지면서 지출을 자제해야 할 필요성도 사라졌다. 필요에 따라 쉽게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스스로 즐기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어디서든 쉽게 해답을 얻게 되면서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노력도 사라졌다. 이제 이곳은 아이들의 나라가 되었으며 진짜 어른이라면 모멸감을 느낄 만한 정치적 훈계와 광고 속 감언에 기꺼이 우리 판단을 내맡기며 산다.
p.24
이제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 학교는 아이들을 피고용인자 소비자로 훈련시킨다. 그러니 당신의 자녀를 리더가 되게, 모험을 하게 가르쳐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반사적으로 복종하도록 훈련시킨다. 그러니 당신의 자녀가 비판적이며 자주적으로 사고하게끔 가르쳐야 한다. 학교교육을 성실하게 받은 아이들은 무료함에 쉽게 무너져 버린다. 그러니 당신의 자녀가 내면의 삶을 계발하여 지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른'에게나 어울린다고 여기는 진지한 문제를 아이들이 생각하도록 격려해 역사와 문학, 철학과 예술, 경제와 신학 등 교사들이 알면서도 기피하는 주제를 고민할 수 있게 하자. 당신의 아이가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보도록 이끌어 고독을 즐기며 자아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하자. 학교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두려워하게끔 길들여져 텔레비젼, 컴퓨터, 휴대전화로 끝없이 교우관계를 갈구하며, 쉽게 얻은 만큼 쉽게 저버리는 얄팍한 우정을 찾아 헤맨다. 당신의 아이들은 더 중요한 삶을 살아야 하며, 능히 그럴 수 있다.
p.88
어리석은 삶이란 바로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의 의지에 순수히 따르는 삶이었다.
p.91
미국이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모은 원동력은 한 가정 두 대의 차와 번듯한 교외의 집, 최신형 컴퓨터 따위의 물질적 번영이 아니라, 자립으로 누리는 자율권에 있었다. 당시 예속된 삶이 보편적이던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p.112
삶과 죽음의 이야기로 한껏 고상해지고 극적이기까지 한 현실 앞에서 장난감은 하찮고 어리석어 보이며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진짜 이야기는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장난감은 아동기에 어느 시점을 지나면 성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체시킨다.
p.117
메리 셸리는 거의 2백 년 전 불과 열여덟 삶에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썼다. 오늘날 이 작품은 심오한 문학작품으로 인정받아 대학에서 연구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학교에서 받은 훈련 덕에 성공을 이룬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교육이란 대개 자기주도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넓은 경험과 끊임없는 자아성찰, 목표에 집중하며 한눈팔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 호기심과 인내, 신중함이라는 형형색색의 실로 꼼꼼히 엮으면 마침내 교육이라는 태피스트리가 드러난다. 교육에는 또한 시행착오를 동반한 모험, 여기에 자기가 속한 환경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능력, 즉 실수를 통해 배우는 능력이 더해져야 한다.
p.123
1차대전이 끝난 후 정부 주도 학교교육을 가리켜 "벌집 같은 완벽한 조직"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바로 프리스턴대학 심리학과장이었던 고다드다. 고다드는 표준화 시험이 보여주는 결과를 그대로 믿은 하층계급이 자신들의 생물학적 열등성을 확인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 말은 벌 받는 아이들에게 고깔 보자를 씌워 수치심과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와 다를 게 없었다. 요즘의 '우열반'이 하는 역할도 이 상황과 정확이 맞아떨어진다. 고다드는, 하루하루 끝없는 수치심에서 오는 괴로움 때문에 열등한 아이들은 커서 아이 낳기를 주저할 것이라 믿었다.
p.125
'거대하고 비열한' ...... 이 책에서는 미국 경제가 1960년대를 거치면서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실제 지출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실질 급여는 "30년 동안 전혀 오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고 쳐도 1995년 맞벌이 부부의 구매력은 1905년 '독신'노동자에 비해 겨우 8%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90년 동안 치열한 학교교육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의 경제 수준이 오히려 급격히 떨어지면서, 부모는 집을 떠나 일터에서, 아이들은 일찌감치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긴 시간을 지내야 했다.
p.137
사르노프가 그렇게 빨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여덟 살 전에 중대한 삶의 문제를 고민하고, 열 살도 되기 전에 진지하게 살 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열다섯 살 전에는 가족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랐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느 학교가 그런 일을 허락하겠습니까?......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려면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하고 성실해야 합니다. 혼자 지낼 기회도 있어야 하며 폭넓은 경험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커다란 도전에도 부딪혀야 합니다.
p.188
애덤 스미스는 불멸의 저서 '국부론'에서 교육과 학교교육을 뚜력하게 구분했다. 스미스는 교육을 국가와 부와 연결지은 적이 결코 없으며, 국가의 부는 오직 자유무역과 분업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이 말을 이해하자면 자유무역과 지속적 경쟁이 조장한 환경은 노동자에게 심리적 피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노동자는 1) 겁쟁이가 되고 2) 우둔해지며 3) 나태해지고 4) 동물적 욕망 외에는 모든 것에 무관심해진다. 오직 교육만이 사회와 개인이 자본주의로 인해 받은 상처를 치료할 것이다.
p.217
1911년 '과학적 관리법'이란 책에 상세히 정리되었다. ...... 미국을 움직이는 추진력이 된 과학적 관리의 제1 목표는 완전한 복종이다. 계급적 조직이라는 개념은 관료 조직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여기서는 생산성이라는 개념도 큰 의미가 없으며 복종이 모든 일에 우선한다. 선장보다 항해법을 더 잘 안다는 이유로 선원에게 배의 지휘권을 넘기느니 차라리 배가 산산조각 나는 편이 낫다는 발상이다.
p.232
설령 아이가 일곱 살이라 해도 사실을 감추거나 꾸미려 하지 마시라. 가족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있다면 아이들도 어디서 벌어온 돈인지, 어떻게 쓰이는지 동전 한 닢까지 알아야 한다. 아이에게도 어른과 같은 품성과 수완이 있음을 전제하고 대해야 한다. 어른은 아이에 비해 경험과 이해력이 앞서는 반면, 아이들은 활력과 상상력이 넘치고 정보 습득에 능하며, 시각이 참신할 뿐 아니라 스스로 해내려는 열성이 있으므로, 양자는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다.
p.238
벼룩을 얕은 용기에 두면 밖으로 튀어 나간다. 그러나 뚜껑을 잠시 덮어두면 벼룩은 튀어 나가려다 여러 차례 머리를 박고는 너무 높이 뛰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금세 터득한다. 그리고 이내 자유를 향한 탈출을 포기해 버린다. 그러고 나면 벼룩은 뚜껑을 없앤 뒤에도 스스로 단속하느라 그대로 갇힌 채로 지낸다. 인간의 삶도 그렇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의 두려움이나 다른 사람이 강요한 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기대치가 낮은 세상에 갇혀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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