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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여행

[다섯가족 발리 한달살기. 01] 출발

by 왕아빠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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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중순 갑작스럽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생겼다. 한 달 동안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다가 발리에 한 달 동안 여행 가는 걸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 5살 된 첫째, 그리고 얼마 전 백일잔치를 끝낸 4달이 넘어가는 쌍둥이 두 명. 와이프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이 녀석들한테 매우 지쳐있는 상황인데, 이 녀석들을 데리고 발리 한 달 살기라... 힘들어도, 고생을 할지라도 그곳에 가면 소중한 추억을 쌓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와이프와 진솔한 대화 끝에 우리는 발리에 가기로 결정했다.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 간다고 말씀드렸을 때 모두가 반대를 하셨다. 물론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돈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다.
 
 
발리로 가게된 이유
 

  1. 첫째가 이제 다섯 살이고 둘째, 셋째는 이제 4개월이 지났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빠르게 커가는 걸 느끼고 나서, 어느 날 저녁 책상에 앉아 우리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첫째가 군복무하고,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결혼할 시점을 서른으로 잡는다면, 앞으로 우리 다섯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은 25년이라는 시간밖에 없다.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노트 위에 일 년 단위로 정리해 보니 시한부 선고를 받은 느낌이다. 매우 짧고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2. 한 달 동안 백수가 되었다. 한 달 동안 가족끼리 보낼 시간이 생겼다. 막내들은 아직 잘 모를지언정, 첫째는 이제 기억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다섯 살 때 유아스포츠단에서 처음 수영했을 때, 눈 오는 날 엄마와 손잡고 걸어가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다는 기억 못 해도 어떤 순간에 대해서 조금씩 기억한다. 강력한 순간을 경험하게 해 주면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여행의 기억은 진하다. 내가 직접 겪어봤다.
  3. 금전적 지출이 크지만 발리에서 한달 지낼 경비를 정리해 보니 어느 정도 가능했다. 어릴 때는 그저 돈 많은 집안 자식들이 부러웠지만, 근래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어릴 때야 마냥 부러웠지만 이제는 부모 탓할 나이는 지났고, 본인의 능력을 키워 잘 살면 된다. 성인이 되고 제대로 된 멘털을 가졌다면 어떤 조건에서든 현실에 처한 환경에서 잘살 수 있는 계기를 갖고 더 잘살면 된다.
  4.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생은 짧다. 지금 소중한 순간을 즐기자.


이렇게 마음속 정리를 하고 발리로 떠나게 되었다.

 
 

 

가기전에 급하게 여권 신청도 했다. 첫째는 작년에 태국 갈 때 미리 만들어놨고 쌍둥이들은 이번에 만들었다. 사진관에 가서 촬영을 할 수 없었기에 집에서 눕혀놓고 여권사진 만들어주는 어플을 이용해서 사진을 만들었다.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사진관도 안 가도 되고 편리해졌다.
 
 
 
 
 

한달동안 떠나는 거라 자가보다는 타다를 이용해서 갔다. 카니발 LPG였는데 가솔린처럼 조용하고 특유의 가벼운 엔진음이 나는 LPG차량인 느낌도 못 받았다. 처음으로 타다 이용해 봤는데 좌석도 편하고 굉장히 좋았다.
 
 
 
 
 

다섯 가족이서 처음으로 와본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쌍둥이들이 어려서 수하물도 줄기다림 없이 패스트로 통과
 
 
 

어디로 가는지, 앞으로 어떤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그저 신나 있는 첫째. 엄마아빠가 바라는 건 발리에서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잠들때까지 하루종일 신나게 놀고 즐기는거다.
 
 
 
 
 
 
 

쌍둥이들은 라운지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이제 비행기를 타자
 
 
 

We are Five !
 
 
 
 

처음으로 이용해 본 기내 베시넷. 이착륙 시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부모가 안고 있어야 하고 비행기가 이륙하면 그때 베시넷을 설치해 준다. 생각보다 튼튼하지만 중간에 앉은 사람은 베시넷에 걸려서 모니터를 꺼낼 수가 없다.
 
 
 
 

첫째의 얌전한 비행을 위해 패드에 오프라인으로 영상도 듬뿍 저장해 두고, 고고다이노도 종류별로 다 챙겨 왔다. 처음부터 안 주고 말 잘 들을 때마다 하나씩 선물해 주니 반응이 좋았다.
 
 
 
 
 
 

첫째가 걱정돼서 에어쿠션 두 개로 침대를 만들어줬는데, 이륙 후 알게 되었다. 안전상의 이유로 에어쿠션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우리 가족의 첫 번째 비행. 발리까지 7시간 비행 중 3시간은 천국, 4시간은 쌍둥이들이 깨면서 지옥이 돼버렸다. 
 
 
 
 
 
 
 

자정이 다 되어 도착한 발리공항. 수하물을 꺼내는데 티셔츠에 포터라고 써있는 사람 둘이서 와서 짐 싣는 걸 도와주고 이끌어준다. 공항 수하물 코너에 있어서 공항직원들이고 쌍둥이들이 있어서 도와주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약간 불필요한 오버 액션을 할 때 느낌이 왔다. 예를 들어 내리막길 가는데 짐들은 카트에 잘 실려있는데 괜히 캐리어를 오버해서 잡아주는 액션 같은 거다. 미리 예약해 둔 차량에 짐을 싣고 가려는데 돈 달라고 한다. 적당히 주려고 했는데 인당 10불을 불러서 어이가 없었다. 우리 수하물 모두 제자리에 복구해 놓고 난 그 돈 못주니 돌아가라고 하니까 조금만 달라고, 그래서 진짜 조금 주니 안 가고 버틴다. 그래서 결국 둘이해서 만원 정도(130,000루피아) 줬다. 고마운 맘에 팁을 주는 건 괜찮지만 저렇게 인도 삐끼식으로 다가와서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너무 방심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들이랑 왔기에 정신 차려야 한다. 

그렇게 삐끼들를 보내고 30분정도 차량운행 끝에 스미냑의 숙소에 도착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진짜로 발리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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