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중순 갑작스럽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생겼다. 한 달 동안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다가 발리에 한 달 동안 여행 가는 걸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 5살 된 첫째, 그리고 얼마 전 백일잔치를 끝낸 4달이 넘어가는 쌍둥이 두 명. 와이프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이 녀석들한테 매우 지쳐있는 상황인데, 이 녀석들을 데리고 발리 한 달 살기라... 힘들어도, 고생을 할지라도 그곳에 가면 소중한 추억을 쌓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와이프와 진솔한 대화 끝에 우리는 발리에 가기로 결정했다.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 간다고 말씀드렸을 때 모두가 반대를 하셨다. 물론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돈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다.
발리로 가게된 이유
- 첫째가 이제 다섯 살이고 둘째, 셋째는 이제 4개월이 지났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빠르게 커가는 걸 느끼고 나서, 어느 날 저녁 책상에 앉아 우리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첫째가 군복무하고,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결혼할 시점을 서른으로 잡는다면, 앞으로 우리 다섯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은 25년이라는 시간밖에 없다.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노트 위에 일 년 단위로 정리해 보니 시한부 선고를 받은 느낌이다. 매우 짧고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 한 달 동안 백수가 되었다. 한 달 동안 가족끼리 보낼 시간이 생겼다. 막내들은 아직 잘 모를지언정, 첫째는 이제 기억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다섯 살 때 유아스포츠단에서 처음 수영했을 때, 눈 오는 날 엄마와 손잡고 걸어가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다는 기억 못 해도 어떤 순간에 대해서 조금씩 기억한다. 강력한 순간을 경험하게 해 주면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여행의 기억은 진하다. 내가 직접 겪어봤다.
- 금전적 지출이 크지만 발리에서 한달 지낼 경비를 정리해 보니 어느 정도 가능했다. 어릴 때는 그저 돈 많은 집안 자식들이 부러웠지만, 근래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어릴 때야 마냥 부러웠지만 이제는 부모 탓할 나이는 지났고, 본인의 능력을 키워 잘 살면 된다. 성인이 되고 제대로 된 멘털을 가졌다면 어떤 조건에서든 현실에 처한 환경에서 잘살 수 있는 계기를 갖고 더 잘살면 된다.
-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생은 짧다. 지금 소중한 순간을 즐기자.
이렇게 마음속 정리를 하고 발리로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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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전에 급하게 여권 신청도 했다. 첫째는 작년에 태국 갈 때 미리 만들어놨고 쌍둥이들은 이번에 만들었다. 사진관에 가서 촬영을 할 수 없었기에 집에서 눕혀놓고 여권사진 만들어주는 어플을 이용해서 사진을 만들었다.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사진관도 안 가도 되고 편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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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동안 떠나는 거라 자가보다는 타다를 이용해서 갔다. 카니발 LPG였는데 가솔린처럼 조용하고 특유의 가벼운 엔진음이 나는 LPG차량인 느낌도 못 받았다. 처음으로 타다 이용해 봤는데 좌석도 편하고 굉장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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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족이서 처음으로 와본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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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들이 어려서 수하물도 줄기다림 없이 패스트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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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 앞으로 어떤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그저 신나 있는 첫째. 엄마아빠가 바라는 건 발리에서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잠들때까지 하루종일 신나게 놀고 즐기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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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들은 라운지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이제 비행기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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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F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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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이용해 본 기내 베시넷. 이착륙 시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부모가 안고 있어야 하고 비행기가 이륙하면 그때 베시넷을 설치해 준다. 생각보다 튼튼하지만 중간에 앉은 사람은 베시넷에 걸려서 모니터를 꺼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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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의 얌전한 비행을 위해 패드에 오프라인으로 영상도 듬뿍 저장해 두고, 고고다이노도 종류별로 다 챙겨 왔다. 처음부터 안 주고 말 잘 들을 때마다 하나씩 선물해 주니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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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걱정돼서 에어쿠션 두 개로 침대를 만들어줬는데, 이륙 후 알게 되었다. 안전상의 이유로 에어쿠션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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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첫 번째 비행. 발리까지 7시간 비행 중 3시간은 천국, 4시간은 쌍둥이들이 깨면서 지옥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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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다 되어 도착한 발리공항. 수하물을 꺼내는데 티셔츠에 포터라고 써있는 사람 둘이서 와서 짐 싣는 걸 도와주고 이끌어준다. 공항 수하물 코너에 있어서 공항직원들이고 쌍둥이들이 있어서 도와주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약간 불필요한 오버 액션을 할 때 느낌이 왔다. 예를 들어 내리막길 가는데 짐들은 카트에 잘 실려있는데 괜히 캐리어를 오버해서 잡아주는 액션 같은 거다. 미리 예약해 둔 차량에 짐을 싣고 가려는데 돈 달라고 한다. 적당히 주려고 했는데 인당 10불을 불러서 어이가 없었다. 우리 수하물 모두 제자리에 복구해 놓고 난 그 돈 못주니 돌아가라고 하니까 조금만 달라고, 그래서 진짜 조금 주니 안 가고 버틴다. 그래서 결국 둘이해서 만원 정도(130,000루피아) 줬다. 고마운 맘에 팁을 주는 건 괜찮지만 저렇게 인도 삐끼식으로 다가와서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너무 방심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들이랑 왔기에 정신 차려야 한다.
그렇게 삐끼들를 보내고 30분정도 차량운행 끝에 스미냑의 숙소에 도착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진짜로 발리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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