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다가 구경하다 빌리게 된 책. 트레이더의 마켓일기라는데 다른 내용들도 짤막하게 있는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잠깐 곁눈질하며 봤던 느낌대로 실제 트레이더의 일기라기보다는 인생철학, 일상, 정치성향, 문화 서평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는데 짧고 정리가 잘돼서 틈틈이 재미있게 읽었다. 자식과의 대화, 가치관들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기록했는데, 사람들은 다 똑같다는 모습도 있지만, 읽고 배우고 싶은 모습들도 많기에 몇 가지를 배워가는 시간이라 좋았다. 김동조 작가를 검색해 보니 다른 책들도 있어서 다 읽어볼 계획이다.

p.11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조차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돈을 버는 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의미 없이 잃지 않는 것이다.
p.15
매수 포지션을 가고 싶다면 하락할 때 사야 한다.
매도 포지션을 가고 싶다면 그 반대로 해야 한다.
인간의 감정은 그걸 불가능하게 만든다.
p.19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은 결국 혼자 내리는 것이다. 동료, 친구, 애인뿐만 아니라 뛰어난 애널리스트도 그 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 어차피 혼자 해야 한다면 혼자 있는 게 나쁠 건 없다.
가장 많이 하는 생각,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상대가 없다면 글이라도 써야 한다. 좋은 글이라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같은 목적을 갖고 회사에서 함께한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투자는 결국 외로운 결정으로 수렴된다. 같이 있을 수는 있지만 같이 결정할 수는 없다.
p.28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반응이 '좋다'와 '싫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하기 싫은 일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사실을 다른 사람보다 빨리 깨닫고 빨리 결단하는 게 능력이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투정하지 않고 그 일을 빠르고 멋지게 끝내버리는 것, 어차피 하지 않을 일이라면 단호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뒤돌아보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는 전문가가 갖고 있는 속성의 거의 전부다.
요리는 재료가 거의 전부다. 요리를 하고 나면 설거지 정도는 누군가 해주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다. 쌓인 접시들을 쳐다보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해버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길어도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권위는 몸으로 때우거나 돈으로 메우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p.90
개인도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빨리 해치우는 능력이 필요하다. 어차피 빠른 은퇴, 오랜 노후생활이 예상된다면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내일이 시험인 아이들도 어차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어영부영하며 뛰어들기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채근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어른들도 진짜 필요한 일을 미루고 어차피 일어날 일을 자주 외면한다.
p.111
오늘 아침 선배 L에게 한 말.
"세상에는 분별력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손에 있는 걸 놓칠 것 가아야 비로소 소중해지고 다 잃을 것 같아야 겨우 바뀌죠."
p.125
인터넷에 서평을 쓰는 블로그들을 가끔 보는데 대부분 읽은 책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옮기는 수준에서 그친다. 물론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읽은 책을 덮고 글을 써야 한다. 이 책은 내 생각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이 책을 읽고 어떤 순간이 떠올랐는가, 이 책은 어떤 고민을 해결해 줬는가, 이 책이 어떤 고민을 던져줬는가, 이런 걸 써보는 것이다. 그 책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자극이 될 수도 있고, 너무 감동받았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이러헥 10권의 서평을 쓰는 순간 독립적인 사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붙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건 정말 큰 변화다.
p.133
성공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해진 결과일 뿐이다. 사업의 성공, 전투의 승리, 경기의 우승, 연애의 결실, 높은 수익률 모두 다 마찬가지다. 세상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한 줌밖에 안 되는 우주의 비밀이다. 작년 9월 환율이 1,100원을 찍었을 때 SBS 9시 뉴스는 강남 부자들이 달러를 사고 있는데 최근 하락 추세로 보아 피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식당에서 그 뉴스를 보다 코웃음을 쳤다. 그날 환율은 거의 바닥이었다. 강남 부자들이 뉴스를 보도한 기자보다 훨씬 과감하기에 생기는 결과다.
p.140
아이들은 부모의 양보가 계속되면 부모의 양보가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는 어린아이들일수록 그런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엄하게 키우고 나이가 들수록 아이에게 자율권을 주는 교육이 좋지만 한국의 부모들은 대개 그걸 반대로 한다. 물론 그 이유는 알량한 공부 때문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부모의 지극정성으로 대학을 가봤자 나머지 인생은 별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한다. 어찌어찌 취직은 할 수 있겠지만 시장처럼 독한 곳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생은 무엇인가를 주체적으로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리 녹록지 않다.
백 번 양보해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회사에 가고, 심지어 시장에서 대성공을 하더라도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지는 않다.
p.145
매력적인 인간은 주체적인 생각 없이 되긴 어렵고 주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아이는 절대 부모에게 고분고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기 싫어하는 아이를 학원에 보낼 생각은 별로 없다. 아무리 어려운 공부든 인생이든 스스로 찾아야 한다.
p.181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친구에게 그것도 안 해주면서 무슨 친구냐고 하는 놈, 부모에게 그것도 안 해주면서 무슨 부모냐고 하는 놈들이 있다. 그놈들이 바로 나쁜 놈이다.
p.183
최선의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택을 압도하는 파도를 운명이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의 선택을 해볼 의지조차 갖지 못한 이유를 사회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람이 소설로 감동을 주기는 애당초 글러먹었다. 싸움을 두려워하지 말라.
p.197
나는 거짓말을 하느니 입을 다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긍정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철저하게 내면화하는 것이 좋다. 없는 부모를 만들어내고, 없는 학력을 있다고 하고, 받아본 적 없는 보너스를 받았다고 믿게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바뀌지 않는다.
p.207
늦게 자는 건 욕망이지만 일찍 일어나는 건 열정인 경우가 많다. 밤이 좋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냥 자기엔 하고 싶은 일과 달콤한 게 너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생활의 평정을 유지하며 삶을 앞으로 끌고 가는 방법은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p.254
자유의 힘은 함께할수록 커지지만 권력은 나눌수록 약해지는 법이다. 자신의 권력을 늘리기 위해 남의 권력을 빼앗는 게 시진핑의 방식이다. 시진핑이 권력이 강해지는 이유는 시진핑의 개인적 욕망의 결과지만, 높아지는 소득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욕구를 대하는 중국 공산당의 공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p.267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해보는 것이 낫다고, 해보고 실패해서 하는 후회보다 해보지 않아서 생기는 번민이 인간을 더 불행하게 한다. 하지만 대다수가 그 반대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p.271
'노'라고 생각했다면 과감하게 '노'라고 하는 것이 좋다. 피곤하다고, 어색하다고, '노'라는 말을 피하면 더 많은 문제를 만든다.
p.316
정신승리보다는 물질승리를 믿는다. 명상과 기도의 에너지를 믿지만 동시에 여행과 쇼핑의 힐링을 믿는다.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건 500만 원짜리 스위트룸에서 100만 원짜리 룸서비스를 즐긴 후 파리 시내를 내려다볼 때 밀려드는 인간의 고독이다. 그 고독이야말로 진짜 인간의 고독이 아닐까. 죽기 전에 꼭 경험해보려 한다.
p.326
"가족이요. 가족이야말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
"어느 정도 원하는 사업 목표를 이루기 전부터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사업을 정리하고 은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목표를 이뤘을 때 깨달은 건 가족들도 각자 나름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거였어요. 사업이 일정한 궤도에 올라서면 아이들은 더 이상 열심히 공부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훌륭한 대학에 갈 만큼 좋은 머리를 갖고 있는 것 같은 데도요. 변호사인 아내도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습니다."
....
"... 인간은 모두 자신의 꿈에만 집중해서 다른 사람의 꿈 따위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이제 진짜 꿈을 실현하고 싶어질 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가족들은 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자신들만의 꿈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꿈들이 견고하게 존재하는 한 제 꿈은 절대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p.342
제일 좋은 것은 평소에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토끼가 아니라 사자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는 개가 사자를 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 한다.
p.353
치열하게 살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영원히 확인하지 못하고 연약한 동물처럼 비참하게 죽어왔다. 역사는 극한의 치열함을 추구한 위인도 불리한 때와 상황에 태어나면, 치열함과 상관없이 비극적인 모습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p.364
레이 달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을 피하기보다는 고통을 향해 가라 Go to the pain rather than avoid it. 발전은 고통과 고통 후 반성으로만 가능하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객관화가 가능하다는 건 이미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 약점이 되는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이들과 함께 일한다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p.391
과거의 추세가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 가정하고 미래를 추정하는 것을'외상법 extrapolation'이라고 한다. 사실 이 방법 말고는 미래를 추정하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인간의 미래도 비슷하다. 인간은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 미래를 거의 알고 있다.
아마 우리는 비루하게 커리어를 마감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인간들과 저녁을 먹고 골프를 치느라 시간을 보낼 것이고, 자식들을 학원에 태워주느라 길바닥에서 시간을 버릴 것이다. 시시껄렁한 드라마와 영화 보는 것을 휴식이라 부르며 시간을 때울 것이다. 그러다 50대 초반이 되면 직장에서 쫓겨난다. 모은 돈은 없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희생했지만, 그 누군가는 자신이 희생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이미 우리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어느 순간이 되면 "그렇게 살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평범한 인간이 사는 평범한 인생의 본질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정해진 길로 가거나, 결단을 내려 정해진 길에서 뛰어내리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숙명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탔고 어차피 내릴 생각도 없다면 불평해 봐야 소용없다. 예정된 일정에 몸과 마음을 적응하며 최대한 현재를 즐기는 것이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얻는 길이다.
이루고 싶은 것이 생겨 열차에서 뛰어내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목적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몰입하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p.414
어릴수록 권한보다 의무를 강조하고, 나이가 들수록 의무보다 책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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