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주말+어린이날+대체공휴일까지 5월에 6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있었지만, 이놈의 회사는 연휴 없이 돌아가기에 일을 해야 한다. 집에 있어봤자 아이들도 집에 있어서 독박육아라.. 와이프는 아이들과 친정에 갔고, 나는 일요일 하루 자유가 주어져 토요일 퇴근하고 속초로 향하기로 했다.
퇴근하고 속초로 출발. 고속도로가 막혀서 그런지 네비는 나중에 일반국도로 빠져서 미시령으로 향했다. 아무 근심걱정없이 노래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니 어떻게 가든 좋다. 'Lynn Andersen - blue bayou'를 들으며 혼자만의 자유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을 즐겼다. 가다 보니 차도 없고 시간도 줄어서 네비 시간보다 30분 정도 앞당겨졌다.
빠르고 편한 미시령 터널! 다왔군
속초에 전날 늦게 오거나 당일치기로 여행하기 좋은 나의 루트를 담아본다.
<전날 저녁>
동명항 ⭢ 등대해수욕장(저녁) ⭢ 화암사 주차장 차박
<당일>
신선대 일출 ⭢ 섭죽마을(아침식사) ⭢ 척산온천 ⭢ 정든 식당(점심은 자유)
목차
동명항
관광객들이 로컬로 이용하기 좋은 항구다.
그렇게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 동명항.
32호 대광수산. 단골도 아니고 처음 방문했는데 깔끔한 수조와 여러 종류 고기들이 있었고 그냥 이모님이랑 대화 몇 마디 하고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 8시쯤 도착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아직 모든 가게들이 마감 전이었다. 최소 주문은 3만 원부터다.
혼자 먹을 거라 알아서 챙겨달라는데 아무 물고기는 먹기 싫고, 결국 내가 골랐다. 점도다리 2마리, 해삼 1마리, 꽃새우 2마리 이렇게 해서 총 4만 원이다. 혼자서 챙겨 먹기에 쉽지 않은 조합인데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곳에서 결제하고, 손질값은 추가로 현금으로 내면 된다.
2층에서 먹을 수 있는데 나는 바다 가서 먹을 거라 포장해 달라고 하니 물고기 접시를 준다. 이거 들고 이모가 안내해 주는 손질집으로 가서 횟감 건네주고 번호표 확인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새우는 살아 움직여서 같이 못싸준다며 비닐봉지에 저렇게 준 게 끝이다. 먹는 거 생각 안 하고 그냥 술안주로 적합해서 고른 건데 생으로 까서 먹어야 되고, 이모가 기다리는 동안 새우 한 마리를 가지고 와서 까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먹어보라고 주셨다. 2마리에 만원인데, 1마리를 까서 주니 5천 원 공짜로 먹은 셈이다. 인심 좋은 동명항 32호 대광수산!
이렇게 내 횟감에 번호표를 올려놓고 나중에 찾아가면 된다. 나는 해삼과 도다리 모두 크게 썰어달라고 요청했다. 사장님 우측에 탈수기가 있는데 손질한 횟감을 물로 씻고 빨리 말리기 위해 사용하는데 훌륭한 생활의 지혜와 기술의 조합이다.
등대해수욕장
동명항에서 차로 5분만 가면 등대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은 주차도 무료이고 저녁에는 차박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지만 바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좋다. 조용히 한잔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직접 골라서 사온 횟감을 모래사장 위에 차리고 한잔.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분위기 자체만으로 만족스러웠다. 해삼은 손질할 때 많이 헹구질 않아서 그런지 비린맛이 났다. 그래도 큼직하게 썰어줬고 이분위기에서 그마저 좋았다.
새우는 두 마리라 아껴서 중간중간 먹고, 마무리는 김치 왕뚜껑. 그냥 먹어도 술안주로도 최고다.
이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도중에 상이 엎어졌고, 술도 쏟아져서 술은 못 먹었다 후..
고성 화암사(신선대)
바람 쐬러 속초로 향했지만 결국 이곳에서 일출을 보기 위함이 목적이다.
즐거운 만찬을 즐기고 취침을 하러 화암사 주차장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차박이다. 카시트 해체하고 창고에 넣는 게 제일 힘들었음... 폴딩하고 혹시 몰라 침낭 챙겨 온 걸로 세팅하니 그럴싸하다. 밤에는 춥진 않았는데 그래도 10도 정도라 침낭은 필요했다. 챙겨 오길 잘했다.
일출이 5시 27분이라 한 시간 전쯤 기상해서 바로 출발. 화암사 주차장에서 신선대까지는 안 쉬고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차 안에 있던 3M 장갑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바람 때문에 5월에도 장갑은 필요했다.
차분히 앉아서 동해를 바라보니 차차 해가 뜨기 시작한다. 이곳은 산에서 일출 보려고 할 때 가성비(체력+시간)가 가장 좋은 코스라고 생각한다.
울산바위도 잘 보이고, 미시령터널과 미시령 옛 꼬불꼬불길도 보인다. 봐도 봐도 멋진 풍경이다.
나무사이로 비추는 햇빛과 새소리 들은 정말 좋다. 그리고 새벽 6시도 안 됐는데 모든 목표가 달성됐다는 레드미워치.. 모르겠다.
그리고 잠깐 들른 화암사. 산속에 있는 절은 세상과 단절된 듯 언제나 정숙하고 평온하다.
섭죽마을
속초에 오면 신선대에서 일출보고 아침 먹으러 이곳에 와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코스다. 섭은 큰 홍합이라고 보면 되는데 한 번에 먹기에는 커서 잘라져 나온다.
오전 7시에 오픈인데, 6시 45분에 도착해서 15분 대기하다가 들어갔다. 아침부터 식사를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섭해장국을 시켰다. 주문하고 10분 정도 지나니 나왔고, 반찬 4가지가 같이 나온다. 오징어 젓갈이 잘 어울린다.
간 보고 바로 밥 투척! 속초에 올 때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음미하며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를 다 비웠다.
다 먹고 나가니 7시 20분 정도였는데 벌써 사람이 꽉 차있다.
척산온천
아침에 간단하게 땀 좀 흘리고 아침도 먹었겠다. 이제 개운하게 온천하러 가야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척산온천이다. 섭죽마을에서 차로 5분 이내, 아니 그냥 길건너편에 있다. 섭죽마을은 예전에 척산온천 가려는 길에 아침 먹으려고 섭국 찾다가 우연히 길에서 발견하게 된 식당이다.
압도적인 문구 "전설의 온천".
간단하게 목욕하러 오기에도 좋고, 가족끼리 오기에도 좋다. 한 번씩 리모델링을 하는 것 같다. 옛날에 왔을 때는 목욕탕 안에 물마실 수 있게 멋지게 만들어놓은 식수대 같은 게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안 보인다. 1시간 목욕하고, 30분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다.
정든 식당
원래는 완도회식당을 갔는데 당일 식재료가 소진되어 마감돼서 못 갔다. 그래서 다른 식당을 찾다가 정든 식당을 알게 됐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완도회식당은 인기가 많다. 가보진 않았지만 10개 조금 넘는 테이블과 짧은 운영시간이라 사람이 한 번에 몰리는데 10시가 되기 전에 에 찍어보니 46대가 가고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마감.
정든 식당은 24대로 대수는 적음. 그래도 모르니 일단 가보자.
이곳에 온 이유는 장칼국수를 먹고 싶다기보다는 로컬 식당이 오고 싶어서이다. 깨끗한, 새로운 간판보다는 로컬느낌 나는 식당을 가고 싶었다.
주차하고 나니 웨이팅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식사는 가능하다!
대기장소가 따로 없어서 의자하나 갖고 그늘진 장소에서 기다린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직원분이 나와서 내 번호를 부른다. 번호를 언제 부를지 몰라서 항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게 로컬식당이지.
6번 자리로 가래서 못 찾고 기웃거리는데, 휴지박스에 테이블 번호가 적혀있다. 그냥 동네 식당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94년도부터 3대째 이어온다고 한다. 정성과 장인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2층은 계단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계산도, 음식배달도 창문으로 한다. 재밌어서 찍어봤다.
장칼제비 하나를 주문해 봤다. 무슨 맛일지 상상이 안 됐는데 먹어보니 상상이 되는 맛(?)이었다.
맛있게 먹으려면 후추와 청양고추를 넣으라고 해서 추가해 봤다. 그냥 맛있다.
밥은 무료이고 무한리필이다. 다만 칼제비 양이 많기에 어느 정도 먹고 나서 밥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밥 투하하고 음미하기.
그러다 보니 또 끝났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나가기 전 음식 준비하는 모습만 봐도 내공이 느껴진다. 다음에 올 때 또 오고 싶지만 웨이팅 때문에 생각 좀 해봐야겠다. 그래도 맛있게 먹고 간다!
잠시나마 짧게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 속초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다음에 또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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